[2022지방선거] D-5, 쇠고기,과바,망고 한상차림?
– 2022.11.21.-타이완.한반도.양안관계-
2022년 중화민국 지방공직자 선거일을 5일 앞두고 있는 시점에 유권자들이 모두 원하는 후보자를 이미 마음에 정했을까?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인 특정 정당을 지지하므로 대체로 누구를 뽑을 것인지 이미 결정했을 수도 있지만 선거란 처음부터 차이가 많이 나는 대결이 아니라면 투표가 다 끝나고 개표를 한 후에서야 누군 웃고 누가 울 것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는 대선과 총선이 있은 후 2년차에 거행된다. 마침 총통과 입법위원의 임기 4년의 절반 기간즈음에 실시되는 것이라 보통 지방선거를 총통의 중간 성적표, 또는 중간 선거로 인식하고 있다.
유권자는 지정된 투표소에 가서 직접 투표용지에 원하는 후보자를 찍어야 하는데, 2020년1월 이래 코로나 19로 인해 투표하는 날까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유권자에게는 존재한다. 이 외에도 부재자투표제도가 없기 때문에 현재 중국에 진출해 상주하고 있는 타이완인은 1백만이 넘는데, 이중 고향으로 돌아와 투표를 할 수 있는 형편이 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업도 사업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양안간을 왕래하는 항공 편수가 대폭 줄어들어 항공권 구매가 너무 어려운 탓도 있다.
다시 코로나로 말을 돌려, 11월21일 월요일, 오늘 만약 코로나 19 신규 확진 판정을 받게 되면 오는 11월26일 토요일에 거행되는 2022년 중화민국 지방공직자선거 투표를 하지 못한다. 타이완은 아직까지 부재자투표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상황이라 코로나 확진자는 확정 다음날을 1일차로 하여 5일 동안 격리되어 외출이 금지되어 있어서 토요일에도 투표를 하러 나올 수가 없어서이다.
올해 지방선거에서는 가장 주목을 끄는 타이베이시와 신베이시를 비롯해 가오슝시, 타이중시, 타오위안시와 타이난시의 시장 선거를 포함해 22개 지방에서 현장,시장과 같은 지자체장을 뽑는 것 외에도 각 지방 의회 의원을 선출하고, 범위를 좁혀 지역사회 마을 주민과 가장 가까울 수 있는 촌장, 이장도 투표로 뽑게 된다. 타이베이시의 ‘이장’은 한국 서울의 ‘통장’과 유사하다고 본다.
공직자를 전국에서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것 중 총통선거와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를 제외하고 전부 다 이번에 뽑는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당연히 선거 관련 뉴스는 쏟아져 나온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거의 비슷한 모양새를 띈다고 생각되는데, 선거 뉴스에는 좋은 소식들도 있지만 네거티브한 것도 적지 않다. 예컨대 입후보자들이 각자의 취지, 정견을 제대로 유권자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게 이상적이겠지만 매일 뜨는 기사들 중에 상대방을 공격하며 벌어지는 말싸움과 기싸움이 오히려 ‘정상적’으로 보일 정도로 많다. 그래서 이러한 현상을 비판하는 시각에서는 쇠고기는 어디에 있냐? 쇠고기가 안 보인다라는 말을 한다. 쇠고기 말고 다른 고기는 안 될까? 물론 이런 말이 쓰여진 유래가 있다.
미국의 모 햄버거 프렌차이즈의 1948년 TV광고에서 따온 말이다. 3명의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들이 타사 햄버거를 먹으며 평가할 때 처음에는 빵이 정말 크고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햄버거에 들어있는 고기를 보니 너무 작았다는 것이다. 광고가 대 히트를 치며 ‘쇠고기는 어디에?’라는 유행어가 탄생했고, 그후 정치권에서 광범위하게 운용되면서 같은 해 미국 민주당 대통령 입후보자 월터 먼데일(Walter Mondale)이 이 광고사를 가지고 당내 경선에서 당내 라이벌 개리 하트(Gary Hart)의 정견에는 실질적인 내용이 없다며 질의했다. 마침 당시 햄버거 광고의 덕을 보며 유권자들이 먼데일 후보자의 말에 공감했다는 설이 있다. 선거에서 이런 말이 쓰인 게 70여 년 전 미국에서 히트를 친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니 민주 선거 그러면 역시 서방세계를 연상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쇠고기’를 언급했는데, 타이완의 각종 선거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들이 있다. 하나는 쇠고기, 즉 정견이 실속 있다는 걸 뜻하며, 상대방을 공격할 때에는 쇠고기가 없다라고 말한다.
이 외에 타이완 선거에서 아주 많이 쓰이는 과일 두 가지가 있다. 이 과일을 선거 때 먹는다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공격할 때 쓰는 통속적인 단어로 이용된다.
하나는 열대 과일 과바+표: 芭樂票(한자음으로 파락표)라고 하는데, 특히 선거공약, 금융, 어음을 말할 때 쓰인다. ‘과바표’는 공-수표, 부도수표라는 뜻인데, 후보자의 정견은 공수표와 같다, 실현 불가능하다라는 걸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과바표 유래) 예전에 부도수표를 쓸모없는 어음이라고 해서 사투리로 부키~아표라고 말했는데, 빨리 읽다보니 바~아표가 되어 사투리를 한문표기로 쓸 때 과바를 뜻하는 바-러 표(사투리 발음)라고 쓰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사실 과일 과바와는 아무런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사투리를 국어로 표기하다보니 과바라는 뜻의 명사가 붙게 되었다고 한다.
또 하나는 망고+말림: 芒果乾(한자음은 망과건)인데, 선거 기간에 입후보자 진영에서 상대방이 당선되면 나라를 망친다, 나라가 망한다,,, 등의 위기감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주는 언어로 사용되고 있다. 글자를 직역하면 ‘말린 망고(芒果乾)’인데 나라가 망해 없어진다는 뜻의 ‘망국(亡國)’+ 그런 위기감을 ‘느끼다’는 ‘감(感)’을 표현한 것이다. 말린 망고와 나라가 망하는 느낌 모두 ‘망궈간’으로 발음한다. 이 말이 생겨난 건 현재 집권당이 만약 제1야당이 승리하면 베이징과 손잡게 되어 나라가 망하니 그들을 뽑으면 안 된다는 취지에서 생겨난 속어이다.
(芒果乾(亡國感)= 나라가 망할 것 같은 위기감) 한국인이 타이완에 와서 즐겨 드시는 것 중의 하나가 망고 빙수이다. 맛있는 애플망고가 어찌하여 망국의 위기감을 주는 신조어가 되었을까? 역시 발음이 유사해서 그렇다. 신선한 망고를 먹을 수 있는 계절이 아니라면 보통 포장된 말린 망고 포장 식품을 주전부리로 애용한다. 그런 말린 망고를 망궈간이라고 하는데, 망궈는 망고이지만 나라가 망한다는 망국과 발음이 같고, 마를/건과 느낄/감의 중문 발음은 성조는 다르지만 발음은 같아서 인터넷 유행어로 떠올랐는데 특히 선거철만 되면 이 말이 늘 생겨난다.
이 외에 한국 음식에서 자주 사용되는 식재료 ‘마늘’이라는 글이 들어간 이른바 선거 전용 신조어가 있다.
타이완의 선거 문화 중 얼/동, 마늘/산을 써서 凍蒜(한자음으로 동산)이라는 말은 선거운동기간 선거캠프를 중심으로 항상 들려오는 단어이다. 일종의 구호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건 한자 표기의 언마늘과는 전혀 무관하며, 사투리를 국어로 표기할 때 쓰인 것이다. 사투리 ‘凍蒜’은 ‘당선(當選)’과 발음이 같아 지지층들은 당연히 그들이 밀어주는 후보자 앞에서 ‘凍蒜’을 제창하게 된다. (마늘/산자를 쓴 속어 중에 꾸밀/장, 마늘/산을 써서 좡쏸(裝蒜)이라는 말도 많이 쓰이는데, 왜 마늘 행세를 하는 걸까? 누가, 무엇이 마늘 행세를 하려고 할까? 사실 이건 마늘이 아닌데 마늘처럼 보이는 것을 의미하며 그 뜻은 ‘시치미를 땐다’라는 걸 비유적으로 말할 때 쓴다. (이에 관한 유래는 나중에 다른 프로그램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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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투표일 주간으로 돌입한 지금 여론조사에 관한 정보를 발표하거나 기사로 써도 안 된다. 타이완에서는 투표일 열흘 전부터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그동안 발표된 여론조사를 토대로 타이베이시와 가오슝시 이 두 개의 직할시 시장 선거 상황을 조금이나마 엿본다면 우선 가오슝시장 선거는 현임 시장 천치마이(陳其邁)와 제1야당 추천 여성 후보자 커즈언(柯志恩)의 대결 구도로 펼쳐지고 있는데 최근 1달 동안 자료를 수집하면서 느낀 점은 여론조사를 어디에서 했느냐에 따라 수치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좀 난감했다.
기본적으로 타이완은 중부 줘수이시(濁水溪) 강이 마치 표심을 베어 쪼개 이북과 이남으로 갈라놓은 듯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표밭이 남북 대립의 구도로 유지되어 왔다. 그래서 보통 남부지역에 속한 쟈이, 타이난, 가오슝, 핑둥은 집권 민주진보당 입후보자 지지층들이 대다수라고 보면 되는데, 현임 가오슝 시장 천치마이는 재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타이베이시장 선거는 비록 12명이라는 많은 후보자들이 있지만 집권당의 천스중(陳時中)과 제1야당의 장완안(蔣萬安) 그리고 본래 친민당 소속이지만 현임 타이베이시장 커원저(柯文哲)가 당총재를 맡고 있는 타이완민중당의 지지를 얻어서 정당 추천이 아닌 무소속으로 출마한 황산산(黃珊珊) 이렇게 삼자의 대결로 진행 중이다. (사진은 이들 3인의 유세 활동)
그동안의 여론조사는 변화가 있었지만 대략 집권당과 제1야당 입후보자 간의 1위 다툼인데, 문제는 전 타이베이시 부시장과 시의원 등을 역임했던 무소속의 여성 입후보자 황산산의 지지율도 그리 낮지만은 않다. 또한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유권자의 선호도와는 직결되지 않는 이른바 ‘포기와 보호 효과’라고 해서 선거에서 말하는 ‘전략적 투표’, ‘전술적 투표’ 효과가 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부동층’이 사실상 최종 승자를 가늠하는 관건이 될 수 있다. 최근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도 부동표의 역할이 아주 컸던 것처럼 타이베이시장 선거 역시 그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白兆美
원고.보도: 백조미